부모가 영어책 읽어주니 학원보다 ‘Goo~d’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부모들의 집착은 눈물겨울 정도다. 갓난아기 때부터 이중언어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며 영어 동요를 들려주는가 하면, 우리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거는 ‘극성 엄마’들도 적지 않다. 한 온라인 부모교육 사이트에서는 ‘예비 엄마를 위한 영어 태교교실’ 강좌도 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 무렵까지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 ‘소신파 부모’들은 무책임하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이들처럼 ‘뒤늦게’ 영어교육을 시작해도 얼마든지 잘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초등생 영어’ 집에서 가르치기
조기 영어교육과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결정적 시기’ 가설이다.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주장은 말 그대로 가설일 뿐, 반증하는 연구결과도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학계에서는 이 ‘결정적 시기’를 대체로 사춘기(13살 무렵)로 잡고 있다. 적어도 결정적 시기 가설을 근거로 영·유아기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꾸준히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많은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그림책 읽기를 꼽는다. 이 교수는 “영어 그림책을 읽으면 간접체험을 통해 영어를 상황 속에서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우리나라처럼 교실을 벗어나면 영어를 쓰지 않는 환경에서는 영어 그림책이 부족한 ‘영어 입력’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때 시작해도 안 늦어
발음 서툴더라도 읽는 재미가 중요
해석해주려 말고 상황 설명이 좋아
영어 그림책 읽기 지도는 통상적인 독서 지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어교사 출신으로 지금은 ‘한스북클럽’이라는 영어 도서관을 운영하는
부모들이 그림책 읽어주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발음이다. 그러나 발음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권씨는 “책에 딸린 오디오 테이프, 방송, 원어민 교사 등을 통해 추후에 얼마든지 발음을 교정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발음에 자신이 없다고 책 읽어주기를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중요한 것은 아이는 부모가 책 읽어주는 것 자체를 즐기고, 그것을 통해 책과 친해지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테이프를 들려주기보다는 부모가 발음이 서툴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직접 읽어주는 것이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친숙해진 책은 테이프로 들려줘도 훨씬 관심있게 듣는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 문장을 일일이 해석해주는 것은 좋지 않다. 홍 교수는 “아이들은 단어를 몰라도 그림과 문맥을 통해 이해하기 때문에 한 문장씩 해석해주지 말고 죽 읽어주는 것이 좋다”며 “만일 아이가 내용을 궁금해할 경우에도 해석을 해주기보다는, 그림과 연관시켜 상황을 설명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영어에 많이 노출시키는 것 못지않게 영어를 실제로 써 보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그림책 속의 대화를 대본으로 삼아 부모와 아이가 역할을 나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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