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비 갠 긴 둑에 풀빛이 진한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남포에 임 보내니 노랫가락 구슬퍼라.
大洞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 건가?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푸른 물결 위에 이별의 눈물만 더하네.
정지상의 <송인(送人)>은 『동문선(東文選)』등에 실려 전하는 우리나라 한시 중 송별시(送別詩)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이 시는 이별을 제재로 한 한시의 걸작이며, 중국 왕유의 시 <송원이사안서>와 함께 이별시의 압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구에서는 비내린 뒤 강변정경을 그리고 있다. 비극적 정서를 자아냈던 비도 그치고 강 언덕 긴 둑에 한결 짙어진 풀빛은 지속될 한의 길이를 상징하고 있다. 승구의 슬픈노래는 이 시의 주제이기도 하고, 효과음이기도 한데, 강나루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 뱃노래의 구슬픈 가락은 심금에 와 부딪히는 울림이라고 읊조린다. 전구에서는 이별과 상관없이 유유히 흘러가기만 하는 푸른 강물에 대한 애꿎은 원망을 표현하며, 이 시를 대표할만한 별루(別淚)라는 시어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결구에서는 해마다 강물을 바라보면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할 사람이 있어서 강물이 마르지 않을것이라는 뛰어난 시어로 마감하고 있다.
이 시는 한시를 짓는 소객(騷客) 가운데 평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이 시는 대동강의 부벽루(浮碧樓) 정자에 걸려 있는데, 이 부벽루에는 고려, 조선 시대의 숱한 시인들이 여기에 올라 대동강의 아름다움을 읊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신이 올 때는 반드시 평양에 들렸고, 평양에서 꼭 찾는 명소가 부벽루였는데 거기에 걸려있는 이 시를 보면서 모두 신품(神品)으로 극찬하였다 전하니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유명한 시이다.
정지상 [鄭知常, ?~1135]
고려시대 문신으로 1114년(예종 9) 문과에 급제, 1127년(인종 5) 좌정언(左正言)으로서 척준경(拓俊京)을 탄핵하여 유배되게 하고, 1129년 좌사간(左司諫)으로서 시정(時政)에 관한 소를 올렸다. 1135년(인종 13) 묘청의 난 때 이에 관련된 혐의로 김안(金安)·백수한과 함께 김부식(金富軾)에게 참살되었다. 시(詩)에 뛰어나 고려 12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혔으며 역학(易學)·불전(佛典)·노장철학(老莊哲學)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림·글씨에도 능했으며 저서로는 《정사간집(鄭司諫集)》이 있다.
送 人(임을 보내며) 鄭知常
庭前一葉落 (정전일엽락)하니 뜰 앞에 잎 새 하나 떨어지자마자 (초가을)
床下百蟲悲 (상하백충비)라 평상 아래 온갖 벌레 구슬피 우네
(1구와 2구사이 시간의 흐름) (벌레 우는 소리가 크다는 뜻 늦가을)
忽忽不可止 (홀홀불가지)하니 훌쩍 가는 그대 잡지도 못하는데
悠悠何所之 (유유하소지)오 하염없이 그 어디로 떠나가나요.
片心山盡處 (편심산진처)요 산도 다한 저 끝엔 외로운 내 마음 (여성의 처지)
(깊은 그리움과 보고 싶은데 못 보는 절망감)
孤夢月明時 (고몽월명시)라 달도 밝은 밤이면 외론 꿈만 꾸겠지 (남성의 처지)
(꿈속에서 조차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선명하지 않다.)외로움 강조
南浦春波綠 (남포춘파록)하면 남포에 봄 물결 푸르게 되거든
君休負後期 (군휴부후기)하라 그대는 재회 약속 저버리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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