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힘으로 '뉴토익' 고득점 획득 '초등생 영어왕' 이혜진양 |
"한달 30권 이상 독서…영자신문 꼭 읽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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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으니 영어 실력도 덩달아 좋아지던걸요”
지난 2월 치른 ‘뉴토익’ 시험에서 LC(듣기 테스트) 495점(만점), RC(문법·독해 테스트)에서 450점을 획득한 대구 달서구 대곡초등학교 6학년 이혜진(12)양. 발음이 다양화되는 등 한층 까다로워진 ‘뉴토익’ 듣기에서 만점을 받는다는 것은 외국에서 살다 온 어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양은 외국에 거주한 적이 없는 순수 국내파이기에 더욱 놀랍다.
이양의 영어 실력이 출중해지기까지는 어릴 적부터 꾸준히 이어온 독서의 영향이 가장 컸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외국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23일 ‘책의 날’을 맞아 독서로 영어실력을 키운 이양을 만나봤다. 이양은 글을 배우기 전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다. 이양의 어머니 전병애(40)씨는 “어릴 적 혜진이가 잠들기 전엔 동화책을 30권씩 갖고 방에 들어가 읽어줬다”면서 “그 책을 다 읽도록 잠을 자지 않고 자꾸만 더 읽어달라고 보채서 매일 밤 재우느라고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이양의 언어 감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낀 전씨는 5살 무렵부터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영어를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어 책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이양은 책을 술술 외우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전씨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 거실 창문에 영어 단어를 수십개씩 붙여놓고 오가며 읽게 했다. 이미 영어에 익숙한 이양은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도 틈틈이 창문에 붙은 영어 단어를 바라봤고, 한번 붙여놓으면 1주일안에 단어를 다 외우곤 했다. 그런 식으로 몇 년이 지나자 이양이 익힌 단어의 수는 웬만한 고등학생 수준을 능가했다. 또 초등 4학년 때 출전한 어학대회인 YBM ‘영어뉴스 앵커 콘테스트’에서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을 제치고 당당히 대상을 차지해 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부상으로 홍콩의 CNN지사와 디즈니랜드를 견학하는 행운도 누렸다.
이양은 지난해 5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토익시험을 준비해 9월 시험에서 845점을 받았다. 첫 시험치고는 대단한 결과였다. 2개월 후인 11월 시험에 재도전해 865점을 받았다. 이어 지난 1월 시험에선 첫 시험 때보다 무려 100점이나 오른 945점을 획득했다. 혹시 이양의 이 같은 실력이 사교육의 힘은 아닐까. 천만의 말씀이다. 현재 이양이 받는 사교육은 영어와 수학 두 과목뿐으로, 또래 학생들보다 오히려 적은 수준이다. 그나마 영어는 1주일에 두 차례 1시간 반씩 집 근처 어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전부다. 이양은 학원에 다닐 시간에 대신 책을 읽는다. 독서량은 한 달에 30권이 넘는다. ‘독서왕’답게 이양의 집 거실은 한 벽면 전체가 책장으로 이뤄져 있고, 책장은 이양이 읽은 책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읽고 있다. 중간중간 영어 원서도 읽으면서 영어 실력을 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과학, 환경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영자신문을 정기 구독하고 있다. 영자신문은 학생용이 아닌 성인용 신문을 보는데, 내용이 어려워 하루에 한 개씩 흥미로운 기사만 선택해 스크랩해두고 틈틈이 읽고 있다.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서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를 구해서 공부하기도 한다.
이양은 “신문이나 잡지를 다 읽으려고 들면 어렵고 금방 지루해진다”면서 “관심있는 내용만을 골라 끝까지 읽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바로 사전을 찾지 않는다”면서 “책을 많이 읽다보니 영어 독해를 할 때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양은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등을 소재로 찬성과 반대 가운데 자신의 입장을 정해 에세이를 쓴다. 이양은 영어만 잘하는 게 아니다. 생물학자가 꿈인 이양은 지난해 전국 과학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장려상을 받을 정도로 과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과학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은 적은 없다. 단지 어릴 때부터 관련 분야 책들을 많이 읽어 이해가 빠르고 배경지식이 풍부한 덕분이다. 이양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토익 점수가 모두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몸에 밴 독서습관과 다양한 배경지식이 영문을 독해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
2007.04.22 (일) 1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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